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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3   Have a hard time,, KTF. 광케이블 포설 (43)


S카드 이사가는 날
Biz Diary/N×× | 2008/02/19 23:10

꽤 길었던 명절연휴였다. 고향에서 해외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한 휴일을 만끽할 시간, N××은 일산에서 남다른 구정을 보내고 있었다. 아시아 1등 카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S카드(舊L카드)의 전산실을 통째로 옮기는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L카드는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고, 공도 많이 들었던 site이다. L사에서 장비영업을 담당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납품을 했던 곳이 바로 L카드이다. 막강한 다국적기업의 제품일색으로 판을 치고 있던 때 단일 장비로는 유일하게 납품에 성공했다. 수월하지 않았던 계약이었지만, 이후 다른 영업을 위해 좋은 reference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 때 고객과 쌓아두었던 인연이 질겼는지 N××의 비즈니스도 L카드에서 명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가게 되었다.  
이제는 간판마저 사라졌지만, L카드는 한 때 꽤나 잘 나가던 회사였다.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리스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말이 좋아 기업리스이지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식이다. 당시 L카드의 리스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리스자금을 풀기 위해 업체를 찾다가 벅스뮤직 대표를 만났었다. 젊은 사장이 어찌나 부산사투리를 인상적으로 쓰던지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몇 년 뒤 벅스뮤직사건이 불거지면서 TV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러던 L카드의 좋은 세월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자금줄이 마르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없을 만큼 부실문제가 드러나게 되었다. 자연히 회사 분위기도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직원들에게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 나눠주던 우리사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공모가 이하로 내려앉더니 끝없는 하락을 이어갔다. 퇴직금을 담보로 적극 매수했던 직원들은 월급 받은 돈으로 이자내기도 급급했다.
말 많았던 L카드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국 S금융지주가 낙점되자,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나섰다. 통합S카드는 회원수 1천3백만 명의 초대형 카드사의 탄생을 의미한다. 시장 점유율만도 25%에 달한다고 하니 국내 1위는 물론 아시아 1위,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도 금내 금융사 최초로 카드업계 '톱10'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도 완전 허풍은 아닌 모양이다.
이번 추진하고 있는 일산센터 이전프로젝트도 쫓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돋움 하려는 다각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영업적인 문제

우리나라 IT업계에 큰 획을 긋는 대형사업에 N××의 참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도장을 찍는 과정은 그다지 매끄럽지는 못했다. 계약 전날만 하더라도 N××의 사업 참여는 낙관적이었다.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고객보다 더 무서운 복병이 등장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기로 한 C사였다. C사는 전형적인 SI업체이다. 한번 눈 밖에 나면 사업 참여자체가 원천 봉쇄되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이전 사업의 지휘권을 갖고 있는 C사와의 co-work을 해야 했다. co-work이라하면 무언가 Give & take를 해야 하는 일이지만, C사는 끝없는 Give & Give, 나아가 Give & Thank you를 요구했다.  
어려운 협의과정을 거쳐 C사로부터 N××의 역할을 분담 받고, 사업 참여에 대해서는 확답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두 번째 복병이 나타났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공사관련 모든 계약을 M사가 맡게 되었으니 M사 계약을 하라는 답변이었다. 말은 쉬웠지만 엉뚱한 '갑'이 하나 더 늘어나버렸다. N××에게는 더욱 불리한 구조로 내몰리게 되었다. 왜냐면 M사는 기본적으로 우리와 역할이 중복되는 업체이다. 역할이 나눠야 한다면 결국 마진도 나눠진다는 뜻이다. 어차피 이번 프로젝트의 파이는 이미 결정된 다음이기 때문이다.
M사와는 과거에도 몇 차례 부딪혔던 경험이 있다. 3년쯤 전인가 과천에 있는 S사 데이터센터에서의 일이다. 이미 고객은 M사와 공급관련 견적작업을 마친 다음 N××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마도 가격 경합을 벌이기 위해서인 듯했다. N××도 경쟁력을 갖고 있었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사업을 망치고 싶지 않아 물러섰었다. 이미 M사에서는 수주를 기정사실화하고 자재까지 대부분 입고된 다음이라 했다. 공격적으로 제안하기에는 타이밍도 좋지 않고, 상도의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었다.
그런 회사가 계약과정에서 우리 앞단에 서게 되었다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계약 구조로 볼 때는 N××은 결국 M사의 하도급 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만들어 놓은 교통정리를 우리가 임의로 complain을 한다 해도 쉽게 번복될 수는 없다.
우려했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어렵게 가격조정을 마무리했건만, M사로부터 추가 가격인하 요구가 들어왔다.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 물러설 수도 없었다. 나름 논리를 갖고 있는 요구라 물리치기도 어려웠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는 안전한지 몰라도 영업적으로는 매우 힘든 사업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참여업체간의 '역할오버랩'이 많다는 점이다. 공사업체만 3개 업체가 참여했다. 그러니 업체에 맞게 역할은 쪼개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효율성은 떨어졌다. 게다가 업체간 중복된 비용 투입으로 업체들은 늘 굶주리게 되었다.

큰 사업일수록 충분한 실탄을 남겨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반전이 힘들어진다. 역시 사업이 진행되면서 예상 못한 돌발변수들이 톡톡 올라왔다.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치고 있을 때였다. 납기는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고객의 추가작업 요청이 끊임없이 보고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트워크 부분에 추가된 비용까지 M사는 우리에게 부담하기를 요구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프로젝트의 성공은 둘째 치고, 일손을 놓고 도망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답답했다.
견디다 못해 M사의 K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저녁을 먹자고 청했다. K이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keyman이다. M사에서 이번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속내가 궁금했다. 과연 N××과 공존할 수 있는 기업생리를 갖고 있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우리의 적인지 동지인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2. N×× vs M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M사는 좋은 기반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 K이사는 중소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10년이 넘게 M사에서 몸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직장생활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다.
저녁자리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양사 간 좋은 관계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어려운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다. 고생한 만큼 보상은 없더라도 나중에 욕까지 먹지는 말자"고 다짐을 했다.
M사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회사도 아니었다. 비슷한 고객을 함께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으르렁거리며 싸우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이상 경쟁할 수밖에 없는 위치이다.

현재 M사의 위치는 우리보다 몇 수 위임에 분명하다. 어쩌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 앞단에 설 수 있던 까닭도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M사는 수년 간 S사와 긴밀한 사업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영업력은 물론이고 메인프레임장비에 필요한 케이블을 설치, 장비에 연결할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니 메인프레임장비의 이전 사업에는 M사를 뺄래야 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M사는 미국 장비회사의 부품재고를 운영하면서 수입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고객으로부터도 실력과 경험을 갖고 있는 업체라 평가받고 있다. 짧은 기간에 좋은 평판을 쌓아온 N××이긴 하지만 아직 배우고 키워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3. 잘해야 본전? 난이도 높은 프로젝트

비즈니스의 가장 큰 보람은 많이 남기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내내 갑갑했던 것은 도대체 얼마가 남을지 예측불가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이윤만 갉아먹다가 마이너스딜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남지도 않는 일이라면 왜 사서 고생을 한단 말인가? 라는 회의도 여러 번 들었다.  프로젝트가 잘못 되는 날이면 그동안 어렵게 쌓아놓은 명성에 먹물을 튀길 수도 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빈주머니에 욕만 잔뜩 들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우리가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몇 가지 까닭이 있었다.

1) 신제품 시행착오

N××은 이번에 처음 해보는 아이템에 손을 댔다. 구형 장비를 연결해주는 SCSI type의 데이터케이블이 그것이다. 샘플을 받아들고 자재업체 몇 곳에 알아볼 때까지만 해도 순조로웠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할 수 있는 가격과 납기였다. 겁도 없이 덜컹 계약부터 맺었다. 모르는 제품을 팔기위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문제는 납기를 일주일쯤 남겨놓고 발생하였다. 1차로 선납한 제품이 장비에 연결이 안 된다는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달려가 보니 케이블 인터페이스 부분의 사이즈가 차이가 났다.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울 정도의 근소한 편차였지만, 장비에 물리지 않았다. 그런 케이블이라면 무용지물이다. 공급업자를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제품의 품질에만 신경을 썼지, 장비에 연결되지도 않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문제는 몰딩의 정교함에 있었다. 선납물량을 둘째치더라도 고작 일주일 남짓 남은 날짜를 무슨 수로 지킨단 말인가? 지금도 나머지 물량은 신나게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고객은 다음 날 아침까지 대책을 강구해서 들어오라고 난리가 났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플라스틱 몰딩부분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깎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람을 사서 케이블 수백 개를 깎아내기로 했다. 적지 않은 외형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차 떼고 포 떼다보니 남는 게 없었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는 것만 잘 막아낸다면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막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장사는 무엇보다 남아야 힘이 나게 마련이다. 엉망인 성적표를 받아 집에 돌아올 때처럼 어깨에 힘이 빠졌다.
신고식을 톡톡히 치룬 셈이다. 포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도 여러 번 들었지만, 다 수업료이거니 생각하고 눈 딱 감았다.
어차피 데이터케이블을 공급하면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경험이다.

2) 프로젝트 이행 리스크

이번 사업은 자그마한 노트북부터 안방보다 큰 백업장비까지 수백 대의 장비가 이틀 동안 감쪽같이 옮겨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발을 담그고 있는 우리도 '성공적인 장비 온라인'이라는 막중한 책임에서 도망갈 수 없다. N××에서는 이미 구정 전에 새 케이블을 새집에 깔아놓고 장비들의 무사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걱정거리는 이리저리 장비들을 숨 가쁘게 옮기고 나르는 와중에 누군가 케이블을 밞아버리면 어쩌나, 신속하게 장비 온라인에 차질 없도록 복구해야 하는데. 이전사업의 특성 상,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의 잘못이냐, 누구의 비용이냐를 따지기 전에 무조건 선지원을 해야 한다.
비용은 나중 문제이다. 그러니 이런 성격의 비용일수록 차후 정산이 모호해진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상황은 전혀 다르다. 비용정산의 영업사원의 몫이지만,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영업사원이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러니 모든 장비에 파란 불이 들어오기 전까지 케이블의 connectivity에 대한 리스크는 N××의 몫이다.

3) 최악의 작업일

알다시피 구정은 민족의 명절이다. 특히 이번 구정은 여느 해보다 긴 연휴로 고향이나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노는 날, 놀아야 마땅한 날에 일손을 구하는 일은 수월하지 않다. 평소 지급하는 일당의 2배, 아니 3배를 줘야만 겨우 구할 수 있다. 사람이 없다가 내가 대신해서 현장 작업을 맡을 수도 없는 일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작업은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끝냈다. 연휴 때 고객이 원하는 건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케이블 추가작업이나 불량 교체를 위한 현장 대기이다. 우리는 단지 남 이삿짐 나르는 것을 구경하면서 고객을 안심시켜주면 된다.
결국 외부 인원은 C과장 한 분만 부탁을 하고 N××인원을 교대로 투입하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신입사원 H군은 입사한지 며칠 만에 힘든 일을 맡게 되었다. 물론 나도 함께 나가서 교통정리를 해주겠지만, 작업에 임하기 전에 앞뒤 프로젝트의 히스토리를 알려줘야 한다. 왜 모두 쉬는 명절날 혼자 밤을 새면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정도는 납득시켜야 한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책임감을 지울 수는 없다.


4. 현장 속으로

달력은 연이어 빨간 색이었지만, 편안히 연휴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사패산의 가슴을 휭 하니 뚫어버린 4km짜리 터널 덕분에 일산 가는 길은 한결 수월했다. 일산의 화려한 번화가는 마치 영화 속에나 나오는 모두 떠나버린 도시처럼 적막했다. 가끔씩 눈에 띄는 편의점 몇 개만이 잠자는 거리를 지치고 있었다.

이제 5시가 얼마 안 남았다. 몇 분 뒤면 피 말리는 프로젝트의 결실을 나타나는 순간이다. 차가운 전산실 바닥에서 며칠 밤낮을 씨름하던 수십 명의 엔지니어의 피곤한 눈동자가 스크린에 집중되었다. 삼엄한 호위 속에 무진동 차에 싣고 일산까지 달려 온 서버들이 다시 살아날 것인가. 마치 수술을 마친 환자의 몸에서 마취가 풀리고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순간처럼. 아니 오랜 세월 꽁꽁 얼려 보관하던 몸이 따뜻한 피가 돌아 녹아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순간처럼. 커다란 장비들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얼마 뒤, 다행히 중요한 서비스는 순조롭게 온라인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옆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H군의 눈에도 밤을 샌 흔적이 역력했다. 지난 며칠 밤을 지새우며 뚜렷하게 내세울 일은 없었지만, 마음속에 어딘가 뜨듯하고 뿌듯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슬슬 짐을 꾸린 다음, 퇴근 보고를 하는데 붙잡는 사람이 많다. 장비 간 connectivity는 이상 없음을 모두 확인했다고 했지만, 아무도 이제 그만 가라고 얘기를 하지 않는다. 고객은 여전히 불안한 모양이다. 서비스가 정상화된 것을 확인되었지만, 그래도 가급적 멀지 않은 곳에서 있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만약의 일이 생겨 call을 하면 즉시 와달라는 요구이다. H군에게 부탁했다. 싫은 기색하나 없이 상관없다고 흔쾌히 대답한다.
고맙고 신통했다. 그의 역량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의 장점 몇 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5.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명실 공히 S카드는 역삼동의 헌집에서 나와 새 옷을 갈아입고 새집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N××의 명성을 높이는데 적잖은 기여를 하리라. 게다가 S카드처럼 대형 전산실의 이전 사업은 향후 수개월 간 크고 작은 후속작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N××으로서는 사업기회를 선점한 셈이다. 이것만으로도 연휴근무가 전혀 억울하지 않을 정도의 보상이다.
S카드 일산시대 오픈을 계기로 N××의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기존 기반이 되었던 오픈시스템 뿐 아니라, 이번에 기회를 놓쳤던 메인프레임시스템까지 도전하려 한다. 물론 전제조건은 고객과 N××사이에 더욱 두텁고 끈끈한 신뢰를 구축이다.

- 수익률 높았던 성취감
이번 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선물은 성취감이다.
애초 기대했던 수익률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포기해야 했지만, 대신 성취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성취감은 책임감과 비례한다. N××이 맡은 책임을 남에게 물리지 않고 다했기에 이와 비슷한 질량의 성취감이 우리 몫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해 준 K나 H도 나눠 갖았다. 
S카드 프로젝트라는 커다란 전투에 N××은 이름을 새겨 넣었다. 어려운 시기에 다양한 역할과 궂은일을 요구하는 힘든 프로젝트였지만, 과정 과정마다 마치 생사고락을 함께 나눈 전우애처럼 우리는 적지 않은 동지를 만들었다.
또 하나 겁나는 건 앞으로도 매년 명절을 이렇게 밤샘이사나 하면서 보내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사업번창을 위하는 일이라면 조상님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안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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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프로젝트 실패기
Biz Diary/N×× | 2007/10/20 13:00
 1. 승패가 갈리다.


2007년 IT업계의 최대 사업인 x프로젝트 수주전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번 발표로 지난 수개월 동안 숨죽이며 기다리던 수십 개의 업체들의 희비가 갈라졌다.

결과가 나오자 이제껏 제 각기 얽히고설킨 각 업체들의 이해관계도 한 순간에 헤쳐모여 실마리가 풀렸다. 사업권을 획득한 SI업체는 기준이 되어 업체들의 줄을 세웠다. 장비를 납품하는 벤더들, S/W제공업체, 그리고 그 밑의 대리점들이 줄줄이 새끼로 굴비를 엮듯 올라왔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N××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2.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x프로젝트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고대하던 사업이 다른 업체에게 넘어가는 지켜보는 일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아침 점심을 굶어도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적표는 우리의 약점을 고스란히 반영시켰다. 큰 프로젝트에 약하다는 징크스도 깨지 못했다. 사업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9회말 역전 홈런을 맞은 김병헌처럼 그라운드에서 내려왔다.

떨어진 사업을 자꾸 돌이켜 봤자 어차피 죽은 자식 **만지기라지만 이유라도 알아야 속이 편해질 듯 했다. 


잠정적으로 가장 큰 원인은 N××의 ‘소극적인 영업정책’이라고 결정지었다. 뚜껑이 열릴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어 봐도 될똥말똥한 사업인데 안이하게 견적서 한 장 밀어놓고는 나 몰라라 했다. 그럴 것이 아니라 담당자를 찾아가 바지저고리라도 잡고 늘어져야 하지 않았나 싶다. 한마디로 맨주먹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모르게 꿈나라에 빠진 시간에도 경쟁업체는 밤새도록 고객을 쑤시고 다니며 영업을 한 모양이다. 이미 SI업체와 야합하여 끝난 뒷물에 들어가 순진하게도 들러리만 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N××은 단기전에 약하다. 대부분의 대형 프로젝트는 집중력 싸움이다. 프로젝트가 오픈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죽기 살기로 맨투맨 밀착영업을 펼쳐야 한다. 뒷심이 부족하면 막판에 밀릴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원인은 잘못 맞춰진 영업의 초점이었다. 특히 SI업체에 대한 영업을 소홀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영업에 자신 없으면 울타리라도 넉넉하게 쳐놓아 방어했어야 했다.

N××의 영업은 전통적으로 장비업체나 그 밑의 대리점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보다 큰 그림을 짜야하는 SI업체에 대한 영업은 늘 뒷전으로 제쳐두게 된다.

N××의 영업적 고집은 일종의 습관이다. 익숙한 영업방식을 취하면서도 먹고 살만한 길을 닦아왔기에 구태여 여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장비업체나 그 대리점이 갖고 있는 정보는 귀중하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그들을 통해 고객의 환경을 분석하고, 필요사항을 점검하고 소요량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프로젝트에서는 어김없이 최전방에 SI업체가 버티고 있다. 그들을 따돌리지 못한다면 등에 업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

그러니 SI업체를 등한시 했던 x프로젝트에서 N××이 미끄러지는 것도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x프로젝트의 준비과정은 나름 철저했다. 지난 몇 달간 고객사에 현장지원인력을 파견한 유지보수업체와 함께 세부작업까지 밑그림을 그렸다. 현장실사를 거쳐 어렵게 얻은 정보를 반죽하여 오븐에 넣었다. 이제 맛있는 파이로 구워지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오븐에서 파이를 꺼내려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SI업체가 먹음직스런 파이를 가로채 버렸다.

정보의 가치는 타이밍에 결정된다.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것은 명백한 우리의 실수이다. 여타 중소 규모의 시공사업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리 만무하다. 하지만 x프로젝트처럼 파이가 큰 사업은 이에 걸맞은 울타리나 영업력이 뒷받침되었어야 한다.

x프로젝트에서도 영업의 첫 단추는 장비업체에게 꿰매더라도, 만들어진 옷은 SI업체에게 팔았어야 했다. 아니면 다른 먹잇감이라도 넘겨줘야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대형화될수록 구매권한은 장비대리점의 영업사원에서 SI업체의 전문구매부서로 넘어갈 것이 뻔하다.

SI영업은 박하다. 아무리 작은 발주라도 호락호락 내주지 않는다. 실력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힘든 길이라고 계속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국내 IT사업에서 SI업체의 입김이 더욱 드세질 전망이다. 

얼마 전 마포에 있는 Y사도 모SI업체의 계열사로 통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Y사는 N××의 오랜 고객이다. 고객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을 갖기보다, 이를 통해 SI영업의 발판을 만들 기회를 먼저 살펴야 한다.

SI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점점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언제까지 음지의 왕 노릇을 할 수는 없다.



3. 남 다른 견적서


수십 억대를 호가하는 장비 수주전이라면 소위 '윗선 영업'을 통해 다 된 밥도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전산실 안에서 벌어지는 공사는 '실무선 영업'이 제일이다. 즉 노력만 하면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무자 영업은 복잡하지 않다. 정치색도 없다. 강점 하나만 잘 이끌어내면 누구든 설득할 수 있다. 영업적인 스킨십을 백분 발휘하던지, 우리 아니면 안 된다는 기술력을 부각시키던지, 사용 자재에 대한 독점 공급권을 얻어오던지 남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면 된다.

스킨십을 하겠다고 무턱대고 술자리로 불러낼 생각부터 해서는 안 된다. 

구매 담당자가 제일 먼저 기다리는 것은 견적서이다. 흔히 견적서라고 하면 단순히 가격과 납기만 적어 놓으면 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종이 한 장짜리라도 그 업체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한 눈에 보일 수 있도록 간략하게 표현해 놓아야 한다. 담당자의 눈이 확 떠질 만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1) 견적의 3박자


쓸 만한 견적서가 나오려면 3박자가 잘 들어맞아야 한다. 원가, 인건비, 그리고 적정한 마진이다. 허술한 고객이라면 적당히 주물러 만든 견적서라도 능히 발주서를 남발하겠지만, 요즘같이 구매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난 세상에서는 그런 녹녹한 고객을 만날 행운은 드물다.


자재의 경우 흑백논리를 펴서는 안 된다. 비싼 자재가 좋고, 싸구려는 형편없다는 식의 설명은 구식이다. 고객에게 꼭 들어맞도록 맞춤형 자재를 제안해야 한다. 중요한 곳에는 좋은 자재를 넣고 대충 넘겨도 될 만한 곳에는 저렴한 자재를 넣어 잘 버무리고 반죽하여 설계해야 한다. 고만고만한 자재단가 비교는 난쟁이끼리 키 자랑하기이다. 경쟁력은 누가 넘치지 않고 정확하게 자재를 담았느냐에 판가름 난다. 젓가락 꼽아놓은 모래성 무너뜨리기를 하듯 불필요한 자재를 골라내야 한다.

인건비를 살펴보자. 가장 큰 이익이 숨어있는 곳이 여기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고도화되면 자재가격은 떨어 질 수 있지만, 인건비는 오르게 마련이다.

인재는 부가가치의 보고이다. 열흘을 해도 막막한 일이라도 호흡 잘 맞는 팀이 투입되면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다. 또 작업자의 제안으로 기존 설계를 바꿔서 매입원가를 30%도 줄여 본 적도 있다. 현장에서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했던 경우였다.


마지막으로 공사 견적서에는 업체 마진을 적게끔 되어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회사는 이윤을 위해 일을 하지만, 액면 그대로 고스란히 인정해주는 고객은 없다. 힘든 줄다리기를 각오해야 한다. 결국 속내를 숨겨야만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견적서가 되고 만다. 원가투입은 불투명해지고, 실제 마진은 왜곡된다.


위의 3박자가 탄탄하면 누구에게 내놔도 떳떳한 견적서가 된다. N××의 견적서는 어떤가? 자재가격의 비중이 너무 높다. 좋은 품질의 자재를 사용하다며 변명을 늘어놓지만 영리한 고객은 넘어오지 않았다.

올 한 해 성적표를 살펴보면 지난 몇 년간 누렸던 고품질 고마진정책을 손봐야할 때가 되었음을 대번에 알 수 있다.

2) 이익 높이기


거래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남기려면 비싸게 팔던지 아니면 싸게 사야한다. 판매가를 결정하는 것은 영업의 특권이다. 구매예정가의 100%에 근접하는 가격에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 영업의 역량이다. 이를 위해 고객과 싸우고 설득하며 때로는 협박해야 한다. 

반면 우리를 포함한 많은 회사들이 영업에 비해 안살림을 챙기는 일에는 소홀히 한다. 매출을 10% 늘리는 것보다 매입비용을 10% 줄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영업에 기울이는 노력의 절반만으로도 이익을 높일 수 있다.



4. x프로젝트의 쓰나미


아무튼 x프로젝트는 억울한 사업이다. 이런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얼마어치 계산대에 올려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고객에게 비싸다는 답을 들었다. 현장의 실사 정보를 견적서에 명확히 주지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우리 앞에선 여러 회사가 있다. 고객정보를 책임지기로 한 L사, SI업체에 마도역할을 하며 발주대행을 하는 P사, 고객의 일괄창구인 S사. 책임을 돌리자면 끝도 없다. 사업을 놓친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신 짊어질 수 없다. 결론은 버킹검, 우리가 져야 할 짐이고, 책임이다.


x프로젝트의 실패는 N××을 믿고 우리를 앞단에 세웠던 T사와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어 놓았다. T사는 한참 잘나가고 있는 스위치공급업체이다. 앞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N××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관련 시장에서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T사의 제품은 x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릴 때부터 공급이 확정적이었지만, 결국 N××과 함께 낙마를 하고 말았다. 

다른 벤더에 밀려 공급권을 잃었고, 공사마저 다른 업체에게 빼앗긴 T사는 큰 충격에 빠졌다. 자연스럽게 N××에게도 책임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미 끝나버린 x프로젝트보다 T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신뢰는 반드시 누구를 속일 때만 금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방의 기대에 못 미쳤을 때도 신뢰는 여지없이 깨어졌다. 



5. 딛고 일어서기


퇴근 후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SI업체의 G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대전으로 내려가 실사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x프로젝트의 결과를 듣기 위해 구매담당자라던 G과장을 찾아간 건 이미 결론이 지어진 다음이었다. G과장은 구면이었다. 공교롭게 몇 년 전 K사의 백업센터 구축사업으로 우리와 악연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터무니없는 가격인하 요구를 용감하게 거절했던 일을 용케 기억하고 있었다.

x프로젝트의 후행사업이 조만간 시작될 모양이다. 예산을 잡기 위해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x프로젝트의 1/5도 되지 않은 규모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기회이다.

다음 날 KTX를 타고 대전에 내려갔다. 현장 입주업체와 사전 미팅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x프로젝트의 구축을 위해 땀을 흘리는 참여업체들의 모습이 보였다. 날짜가 촉박한 사업이라 밤낮없이 작업이 한참이었다. 남 잘되는 꼴에 마음이 상했는지 올라오는 내내 속이 불편했다.

x프로젝트의 실패는 보약이다. 물론 사업을 수주했다면 올 가을은 편안하고 따뜻하게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N××의 아킬레스건을 단련시킬 기회는 갖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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