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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앓이
Biz Diary/Other Biz | 2007/11/02 23:30


뚝섬에 투자했다. 뚝섬을 처음 갔을 때는 4월이었으니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무려 반년이 걸린 셈이다. 그 동안 만났던 부동산 중개업소만 해도 어림잡아 백여 곳이 넘는다. 어렵사리 계약서를 쓰고 나오긴 했는데, 속이 후련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끌탕이다. 시간은 족히 끌었지만 정작 물건분석은 소홀히 하고 말았다.


1. 부동산 쇼핑


6개월간의 부동산 대장정을 마쳤다. 부동산 쇼핑에 몰두하는 동안 시황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제는 부동산은 끝났어’, ‘펀드로 옮겨타라. 주식형 펀드가 대세야’, ‘넌 아직도 부동산타령이냐?' 주변의 우려 섞인 충고가 이어졌다. 작년 뜨거웠던 시장의 매수세는 감쪽같이 사그라졌다. 연이은 최루탄 정책의 발표로 실수요자의 판단력은 흐트러졌고, 삐라처럼 뿌려지는 세금 고지서 덕택에 투자자의 추격의지는 자취를 감췄다. 그 중에서도 작년 한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소위 버블세븐 지역에서는 탄환이 떨어진 많은 투자자들이 백기를 들고 투항하기에 이르렀다. 뒤늦게 값비싼 입장료를 내고 온탕에 들어갔던 실수요자들은 덩달아 냉탕으로 쫓겨난 바람에 어리둥절하고 있다.


시장이 어찌되는 나는 부동산에 묻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투자의 룰을 적었다.


하나. 동부개발축이나 서부개발축, U turn 프로젝트, 한강르네상스 등의 개발축에 부동산에 투자한다.

둘. 내가 갖고 싶은 부동산에 투자한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다.

셋. 마지막 결정은 내가 한다. 충고에는 항상 귀를 열어야하지만, 결정까지 맡길 수는 없다. 넷. 지나친 욕심은 버린다. 대한민국 최고 투자처를 찾을 수는 없다.



2. 부동산 대장정


갈수록 악화되는 전황에도 불구하고 용산에서 시작한 대장정은 방화동과 인천 서구를 거쳐  인천 논현지구, 화성 송산까지 내려갔다. 기수를 북동으로 돌려 하남, 청량리, 그리고 성수동과 뚝섬으로 이어나갔다.

만사를 제쳐놓고 투자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다. 주중에 투자 지역을 물색하고 현지 시세를 확인한 뒤, 주말에 답방하는 방식으로 시장조사에 나섰다. 해당지역에 외근이라도 나갈 일이 생기면, 잠시라도 짬을 내서 중개업소에 들렸다. 차에서 내릴 시간조차 없을 때에는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에 메모해 두어 전화 상담을 받았다. 네비게이션이 길안내 뿐 아니라 지역 부동산시세까지 알려주면 50만원을 더 주더라도 흔쾌히 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용산


용산은 대한민국 모든 부동산 투자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한 곳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용산개발이 발표되면서 10년 뒤에나 벌어질 미래가치가 상당부분 시세에 반영된 곳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미국부대 이전된 뒤 시민 품에 안겨질 100만평 용산공원 하나만으로도 용산의 가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게다가 용산은 강남, 송파, 분당, 판교, 광교, 동탄으로 이어지는 남부개발축과 파주, 상암, 마곡, 김포, 청라, 영종, 송도, 송산, 평택으로 이어지는 서부개발축이 마주보는 위치에 있다. 호남선 KTX의 시발점이자 지하철만 3개 노선이 지나가고, 그 위에 경의선과 신안산선이 지나가게 된다. 누가 다음 정권을 잡더라도 부동산 개발의 핵심은 용산이 될 것이다.


2) 뚝섬


뚝섬은 용산과 함께 U turn프로젝트의 양대 축이다. 올 봄 이후로 차가운 시장상황에는 아랑곳없이 꾸준하게 지가상승을 보인 지역이다. 뚝섬에는 이미 조성된 서울숲이 있고, 2010년 개통을 목표로 분당선 연장공사는 한창 흙먼지를 날리고 있다. 성수동의 청사진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개발 진도와 그 만큼 반영된 시세를 저울에 올려놓고 눈금을 읽어내기가 힘들뿐이다.


3) 인천


맥아더사령관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이래로 요즘처럼 인천의 미래가 밝은 적이  없었다. SK가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끈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님을 밝혀두고 싶다. 그 만큼 인천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인천은 전역은 공사 중이거나 개발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일 앞단에서 이끌고 있는 것은 송도, 청라, 영종도로 이어지는 IFEZ(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인천뿐 아니라 대한민국 부동산지도를  바꿔놓게 된다. 송도를 꼭짓점으로 한 IFEZ는 넓게는 마곡지구까지 이어져 서부개발 축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매수물건으로 마지막까지 관심을 가졌던 곳은 논현지구 내의 이주자택지였다. 주택공사는 논현지구에 택지를 조성하면서 불가피하게 쫓겨나간 원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해 줄 목적으로 이주자택지를 분양하였다. 60평 내외로 조성된 이 곳의 1층은 근린생활시설과 2층과 3층에는 다가구를 지을 수 있다. 준공 후 임대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위험은 있지만, 좋은 입지를 선점한다면 꾸준한 임대소득을 기대하리라 판단되었다. 또,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건축과 시공에 실무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4) 그 외의 지역


‘이제는 강서와 강동시대이다.’라는 얘기에 달려간 곳이 송파신도시와 접하고 있는 하남이다. 하지만 현지의 지가는 골짜기 공장부지 마저 300만원이 넘어 설 정도로 투자매력을 잃은 뒤였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몇 차례 세미나도 들어보고, 심지어 부동산 포탈사이트에 거금을 들여 방문상담도 받아보았다. 귀가 솔깃하는 내용은 없었지만, 공통적으로 용산과 뚝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개발완료까지는 걸리는 기간에 비해 남은 파이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은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TV나 신문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K전무는 안정자산보다는 위험자산을 키워보라고 권유하였다. 현재 보유한 자산과 나이도 고려했을 때, 땅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라 했다. high risk, high gain. K전무가 강력 추천한 화성 송산을 다녀오느라 토요일 한나절을 꼬박 소모하였다. 어쩐지 아직 땅에 대해선 눈이 트이지 않았다. 땅에 대한 가치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 연륜이 쌓여야 할 듯싶다.


퇴근길에 회사근처 부동산에 들렸다가 우연히 청량리 물건을 소개 받았다. 공사 중인 청량리 민자역사가 완공되면 청량리 일대 상권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역사 주변은 이미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되어 용적률 800%에 육박하는 초대형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청량리는 서울의 동북권을 주도하는 부도심지역으로 재기하게 된다. 물론 역사 주변의 사창가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호텔과 주상복합을 세우 일은 분명 멋진 계획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얼마나 돈을 꺼낼 수 있을는지 아직 미지수이다.  실수요자를 채워 넣고 기존 상인들의 협조를 모으는 일도 도면을 그리는 일만큼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3. 대장정의 종착역 뚝섬


뚝섬 Y부동산의 긴급추천으로 달려가 보니, 지난봄에 다른 부동산에서 보여줬던 재탕 물건이었다. 김이 빠졌다. 그래도 봄에 나왔던 가격보다 10%나 낮은 가격에 나온 물건이라며 Y부동산 사장은 호들갑을 떨었다. 부동산 말만 믿고,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바로 다음 날 도장을 찍자고 약속을 잡았다. 중도금과 잔금날짜를 서두르는 매도자를 보니 왠지 찜찜했다.6개월 전에 나온 물건이 아직도 소화가 안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 때 봤다면 분명 다이어리에 매매가를 적어놓았을 터이다. 뒤늦게 다이어리를 뒤져보았다. 아차. 10% 싼 가격이 아니라 거꾸로 15%를 올려서 나온 가격이었다. 좋은 물건인지는 몰라도 좋은 가격은 확실히 아니었다.

매도자가 부른 호가에 도장을 찍음으로서 시장가격을 올려놓은 장본인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나는 6개월 동안 오른 가격만큼 손해 본 것인가? 부동산의 가격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똑같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공산품이라면 정가를 매기고, 과학적인 가격변동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 동일한 평형의 가구가 몇 백 세대쯤 되는 단지라면 기준가를 잡고 시세를 확인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재개발지는 각 물건마다 독특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평가기준을 세우기가 수월치 않다. 매매가격은 오로지 매도자와 매수자의 줄다리기의 결과로 판가름 날 뿐이다.  

뚝섬은 아직도 매도자가 힘의 균형을 지키고 있다. 반면 희소성이 결여된 부동산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매도호가에 매수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저울은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나는 희소성에 무릎 꿇은 것이다.


중도금은 지난주에 치렀다. 이제 남은 것은 잔금이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까닭은 이렇다.


우선,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부동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사태는 삽시간에 수도권으로 들이닥쳐 최근 분양한 진접 등 대규모 단지는 물론 분양의 보증수표 도곡동마저 결국 참담한 분양 성적을 거두게 만들었다. 견디다 못한 지방 건설사는 연쇄부도로 이어졌고, 이는 차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커다란 짐을 될 것이다.

미분양 못지않게 심각한 현상은 미입주사태이다. 잠실과 용산 등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는 갑자기 쏟아진 입주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했다. 입주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은 관리비, 대출이자, 보유세까지 고스란히 부담하는 수밖에 없다. 고육지책으로 전세금을 낮춰보지만 그마저 먹히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제 부동산은 끝물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투기를 위한 목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는 시대는 끝났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을부터 시행되는 청약가점제와 분양가상한제는 수요자들의 재고 아파트 매입의지를 크게 떨어뜨렸다. 새 법이 적용되면 지금 시세보다도 저렴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리라는 기대감 덕분에 매입의지는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수요가 뒷받침해주는 지역이라면 주거용 부동산의 급락은 없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집값이 오르리라는 모호한 부동산 신드롬은 치유될 것이다. 이제 부동산의 주거용보다는 상업용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은 가치에 따라 냉정하게 결정된다. 장사를 될 법한 점포는 비쌀 뿐 아니라 구하기도 힘들다. 반면 이면도로 구석진 가게는 헐값에도 팔리지 않는다. 사무실도 마찬가지이다. 역세권에 주차시설이 편리하고 노출이 쉽게 되는 대형건물의 사무실 임대료는 해마다 껑충 오르고 있다. 뉴스에서 보도된 대로 서울 시내 대로변 빌딩의 공실률이 2%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빈 사무실이 없다는 얘기다. 외국 투자회사들이 대형건물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매수 타이밍이다. 부동산 매매는 거래의 특성상 일 년에 몇 차례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대로 교환이나 환불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다. 게다가 주식이나 금융상품 등의 거래에 비해 엄청난 거래수수료와 각종 세금을 지불해야한다. 따라서 좋은 타이밍을 잡는 것이 곧 좋은 거래가로 이어진다. 많게는 계약가의 10%가 타이밍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번 거래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서두르다 보니 다른 대안에 대해 심도 있게 비교하지도 못했다. 그동안 닦아 놓은 인적네트워크도 활용하지 못했다. 인적네트워크는 고사하고 도장을 찍기 전에 30분이라도 먼저 나가 옆집 부동산이라도 들어가 가격비교를 했어야 했다. 핑계를 대자면 초반에 너무 광범위하게 지역을 설정하고 물건을 보러 다니느라고 체력이 떨어져버렸다. 밤새 공부하느라 진이 다 빠져 실전에서 죽을 쒀버린 꼴이다.

또 하나, 거래금액의 크기에 대해서도 염두에 뒀어야 했다. 덩치가 너무 큰 물건은 다른 손님을 붙이기에 버겁다. 자연히 환금성도 떨어진다. 다시 말해 개발완료시점까지 끌고 가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세 번째 사업의 불확실성이다. 개발 자체가 무산되리라는 의심은 없다. 다만, 개발의 크기나 시기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 만족할 만한 투자이익을 실현하기까지 얼마가 걸리는지 모른다. 마치 만기가 언제인지도 모르는 적금에 가입하는 꼴이다.

부동산 소개로 물어물어 찾아간 조합사무실은 더욱 실망을 안겨주었다. 허름한 건물의 2층을 빌려 책상 몇 개만 올려놓은 채 도대체 누구를 대변하는 조직인지 모호한 목소리로 개발이 멀지 않았다며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나 비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하나의 실마리도 풀리지 않았다. 차라리 부동산에서 통밥으로 두들기는 계산기를 믿는 편이 나을 듯하다.



4. 그래도 뚝섬?


그래도 뚝섬이다. 뚝섬은 U턴 프로젝트의 진원지이자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수혜지이다. 10년 뒤를 상상해보자. 강과 산을 모두 바꾸기에는 부족하지만, 한강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얼마 전 5개 부서 13개 과로 구성된 한강사업본부까지 출범시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었다.

10년이면 뚝섬에는 말 많고 탈 많았던 상업용지와 지구단위지역의 고층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새로운 마천루를 이룰게 된다. 분당선을 타면 서울숲에서 압구정까지 한 정거장이다. 이와 더불어 광역학군제가 도입되면 실질적인 강남권으로 편승될 공산도 크다. 그쯤이면 뚝섬은 용산과 더불어 강 건너 사람들조차 시샘할 만한 인프라를 갖게 된다.

이미 개장된 서울숲은 기대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듬성듬성 세워진 나무를 보노라면 누가 무슨 생각으로 숲이라는 이름이 붙였는지 궁금해진다. 차기 정권에서 어떤 의지로 뚝섬일대의 개발하느냐에 따라 35만평짜리 동네놀이터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서울을 대표하는 숲으로 자리 잡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서울시로부터 엄청난 바가지를 당한 대림과 한화는 올 해가 지기 전에 건축승인을 받아내어 분양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어떠해서든 분양가상한제를 피해보겠다는 속셈이다. 불행히도 시장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 뒤늦은 약발로 분양시장은 잔뜩 얼어붙었고, 실수요자마저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비관적인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림과 한화에서는 역대 최고 분양가를 갱신하면서까지 분양을 강행할 전망이다. 뚝섬 고분양가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분양사업 자체는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당장 실수요자를 끌어내어 채워 넣기까지는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뚝섬은 용산과 더불어 대한민국 10년 부동산시장을 이끌어 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임을 알기 때문이다.


5. 성공하는 중개업자

중개업소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점수를 매기게 된다. 투자실력은 아마추어인데 중개업소 눈높이만 올라갔다. 성공하는 투자를 위해서는 중개업소의 조언은 절대적이다. 좋은 투자를 위해서는 중개업소와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공통된 지론이다.

그런데 요즘 중개업자는 죽을 맛이다. 아파트 거래량이 1년 사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다 보니 불황의 화살이 중개업소에 들이닥쳤다. 권리금을 포기한 채 부동산자리를 내놓는 점포들이 동네마다 두어 곳씩 된다. 집값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중개업소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중개사업의 파레트법칙이랄까.

투자자가 바라본 흥하는 중개업소의 기본 소양은 이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개업소의 컨설팅능력이다. 컨설팅의 기본은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고객의 투자금액과 매수의사를 빠른 시간에 짚어내야 한다. 그리고 설득력 있는 자료로 간략하게 브리핑한다. 매도자로부터는 매도의사를 확실하게 이끌어내야 하고, 매수자는 애간장을 태우게끔 분위기를 유도한다.

두 번째, 나홀로 아파트가 홀대받듯이 나홀로 부동산은 살아남기 힘들다. 중개업소도 네트워크시대이다. 이제 인접 부동산과 정보를 공유하는 독불장군은 도태되고 만다. 계약이 임박할 경우 기술적인 숨기기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중개업소간의 네트워크를 얼마나 넓히느냐에 따라 사업성공이 갈라진다.

요즘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까페나 블로그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넓히는 업소들도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지역 간의 정보교류도 쉽고, 온라인을 헤매는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도 유리하다.

세 번째, 인적네트워크와 함께 인프라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 초보방문자일수록 가장 넓고 환한 부동산에 제일 먼저 들리게 된다. 사람을 끌기 위해서는 좋은 입지를 선점하고, 대형화가 필수이다. 결국 사람이 꼬이는 곳에 돈도 몰리게 마련이다.

소위 뜨거운 지역일수록 대형화, 전문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형 LCD화면에 자체 제작한 프리센테이션 파일을 제작하여 나름 과학적(?)으로 브리핑한다.

네 번째, 자금력이다. 중개업소는 다른 창업에 비해 시설비가 적게 먹힌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수료 따먹기로는 영세성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결국 돈을 만지기 위해서는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확실한 물건은 직접 매수할 수 있는 배짱과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초보 투자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부동산 중개업소의 성공요건이다. 실제 필드에서는 이 외에 더 절실한 소양이 추가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끌기 위해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동산을 다니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중개업소의 실질적인 사장과 사업자 상의 대표자 이름이 상이한 경우가 많았다. 요즘같이 공인중개사가 넘쳐나는 세상에 그 흔한 자격증이 없어서 차용했을까? 아니면 만의 하나 중개의 하자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여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술책인가?



<결론>


뚝섬투자의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나쁘게 말하면 잠기는 것이고, 편하게 생각하면 묻어두는 것이다. 어찌되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보유에 따르는 출혈은 막기 위해서 부동산의 성격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부 편입된 주거용 세대를 내보내고 사무실로 용도를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임대수익은 더욱 재미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행 부동산관련 세법에서는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큰 차별을 두고 있다.

다행히 전철역과 인접한 편이라 공실은 능히 면하리라 생각된다. 

부동산 투자에 욕심을 내세우는 일은 금물이다. 욕심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나는 뚝섬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믿는다. 그 보물이 언제 누구의 손으로 캐내지든 문제될 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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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프로젝트 실패기
Biz Diary/N×× | 2007/10/20 13:00
 1. 승패가 갈리다.


2007년 IT업계의 최대 사업인 x프로젝트 수주전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번 발표로 지난 수개월 동안 숨죽이며 기다리던 수십 개의 업체들의 희비가 갈라졌다.

결과가 나오자 이제껏 제 각기 얽히고설킨 각 업체들의 이해관계도 한 순간에 헤쳐모여 실마리가 풀렸다. 사업권을 획득한 SI업체는 기준이 되어 업체들의 줄을 세웠다. 장비를 납품하는 벤더들, S/W제공업체, 그리고 그 밑의 대리점들이 줄줄이 새끼로 굴비를 엮듯 올라왔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N××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2.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x프로젝트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고대하던 사업이 다른 업체에게 넘어가는 지켜보는 일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아침 점심을 굶어도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적표는 우리의 약점을 고스란히 반영시켰다. 큰 프로젝트에 약하다는 징크스도 깨지 못했다. 사업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9회말 역전 홈런을 맞은 김병헌처럼 그라운드에서 내려왔다.

떨어진 사업을 자꾸 돌이켜 봤자 어차피 죽은 자식 **만지기라지만 이유라도 알아야 속이 편해질 듯 했다. 


잠정적으로 가장 큰 원인은 N××의 ‘소극적인 영업정책’이라고 결정지었다. 뚜껑이 열릴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어 봐도 될똥말똥한 사업인데 안이하게 견적서 한 장 밀어놓고는 나 몰라라 했다. 그럴 것이 아니라 담당자를 찾아가 바지저고리라도 잡고 늘어져야 하지 않았나 싶다. 한마디로 맨주먹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모르게 꿈나라에 빠진 시간에도 경쟁업체는 밤새도록 고객을 쑤시고 다니며 영업을 한 모양이다. 이미 SI업체와 야합하여 끝난 뒷물에 들어가 순진하게도 들러리만 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N××은 단기전에 약하다. 대부분의 대형 프로젝트는 집중력 싸움이다. 프로젝트가 오픈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죽기 살기로 맨투맨 밀착영업을 펼쳐야 한다. 뒷심이 부족하면 막판에 밀릴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원인은 잘못 맞춰진 영업의 초점이었다. 특히 SI업체에 대한 영업을 소홀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영업에 자신 없으면 울타리라도 넉넉하게 쳐놓아 방어했어야 했다.

N××의 영업은 전통적으로 장비업체나 그 밑의 대리점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보다 큰 그림을 짜야하는 SI업체에 대한 영업은 늘 뒷전으로 제쳐두게 된다.

N××의 영업적 고집은 일종의 습관이다. 익숙한 영업방식을 취하면서도 먹고 살만한 길을 닦아왔기에 구태여 여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장비업체나 그 대리점이 갖고 있는 정보는 귀중하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그들을 통해 고객의 환경을 분석하고, 필요사항을 점검하고 소요량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프로젝트에서는 어김없이 최전방에 SI업체가 버티고 있다. 그들을 따돌리지 못한다면 등에 업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

그러니 SI업체를 등한시 했던 x프로젝트에서 N××이 미끄러지는 것도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x프로젝트의 준비과정은 나름 철저했다. 지난 몇 달간 고객사에 현장지원인력을 파견한 유지보수업체와 함께 세부작업까지 밑그림을 그렸다. 현장실사를 거쳐 어렵게 얻은 정보를 반죽하여 오븐에 넣었다. 이제 맛있는 파이로 구워지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오븐에서 파이를 꺼내려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SI업체가 먹음직스런 파이를 가로채 버렸다.

정보의 가치는 타이밍에 결정된다.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것은 명백한 우리의 실수이다. 여타 중소 규모의 시공사업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리 만무하다. 하지만 x프로젝트처럼 파이가 큰 사업은 이에 걸맞은 울타리나 영업력이 뒷받침되었어야 한다.

x프로젝트에서도 영업의 첫 단추는 장비업체에게 꿰매더라도, 만들어진 옷은 SI업체에게 팔았어야 했다. 아니면 다른 먹잇감이라도 넘겨줘야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대형화될수록 구매권한은 장비대리점의 영업사원에서 SI업체의 전문구매부서로 넘어갈 것이 뻔하다.

SI영업은 박하다. 아무리 작은 발주라도 호락호락 내주지 않는다. 실력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힘든 길이라고 계속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국내 IT사업에서 SI업체의 입김이 더욱 드세질 전망이다. 

얼마 전 마포에 있는 Y사도 모SI업체의 계열사로 통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Y사는 N××의 오랜 고객이다. 고객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을 갖기보다, 이를 통해 SI영업의 발판을 만들 기회를 먼저 살펴야 한다.

SI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점점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언제까지 음지의 왕 노릇을 할 수는 없다.



3. 남 다른 견적서


수십 억대를 호가하는 장비 수주전이라면 소위 '윗선 영업'을 통해 다 된 밥도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전산실 안에서 벌어지는 공사는 '실무선 영업'이 제일이다. 즉 노력만 하면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무자 영업은 복잡하지 않다. 정치색도 없다. 강점 하나만 잘 이끌어내면 누구든 설득할 수 있다. 영업적인 스킨십을 백분 발휘하던지, 우리 아니면 안 된다는 기술력을 부각시키던지, 사용 자재에 대한 독점 공급권을 얻어오던지 남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면 된다.

스킨십을 하겠다고 무턱대고 술자리로 불러낼 생각부터 해서는 안 된다. 

구매 담당자가 제일 먼저 기다리는 것은 견적서이다. 흔히 견적서라고 하면 단순히 가격과 납기만 적어 놓으면 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종이 한 장짜리라도 그 업체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한 눈에 보일 수 있도록 간략하게 표현해 놓아야 한다. 담당자의 눈이 확 떠질 만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1) 견적의 3박자


쓸 만한 견적서가 나오려면 3박자가 잘 들어맞아야 한다. 원가, 인건비, 그리고 적정한 마진이다. 허술한 고객이라면 적당히 주물러 만든 견적서라도 능히 발주서를 남발하겠지만, 요즘같이 구매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난 세상에서는 그런 녹녹한 고객을 만날 행운은 드물다.


자재의 경우 흑백논리를 펴서는 안 된다. 비싼 자재가 좋고, 싸구려는 형편없다는 식의 설명은 구식이다. 고객에게 꼭 들어맞도록 맞춤형 자재를 제안해야 한다. 중요한 곳에는 좋은 자재를 넣고 대충 넘겨도 될 만한 곳에는 저렴한 자재를 넣어 잘 버무리고 반죽하여 설계해야 한다. 고만고만한 자재단가 비교는 난쟁이끼리 키 자랑하기이다. 경쟁력은 누가 넘치지 않고 정확하게 자재를 담았느냐에 판가름 난다. 젓가락 꼽아놓은 모래성 무너뜨리기를 하듯 불필요한 자재를 골라내야 한다.

인건비를 살펴보자. 가장 큰 이익이 숨어있는 곳이 여기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고도화되면 자재가격은 떨어 질 수 있지만, 인건비는 오르게 마련이다.

인재는 부가가치의 보고이다. 열흘을 해도 막막한 일이라도 호흡 잘 맞는 팀이 투입되면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다. 또 작업자의 제안으로 기존 설계를 바꿔서 매입원가를 30%도 줄여 본 적도 있다. 현장에서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했던 경우였다.


마지막으로 공사 견적서에는 업체 마진을 적게끔 되어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회사는 이윤을 위해 일을 하지만, 액면 그대로 고스란히 인정해주는 고객은 없다. 힘든 줄다리기를 각오해야 한다. 결국 속내를 숨겨야만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견적서가 되고 만다. 원가투입은 불투명해지고, 실제 마진은 왜곡된다.


위의 3박자가 탄탄하면 누구에게 내놔도 떳떳한 견적서가 된다. N××의 견적서는 어떤가? 자재가격의 비중이 너무 높다. 좋은 품질의 자재를 사용하다며 변명을 늘어놓지만 영리한 고객은 넘어오지 않았다.

올 한 해 성적표를 살펴보면 지난 몇 년간 누렸던 고품질 고마진정책을 손봐야할 때가 되었음을 대번에 알 수 있다.

2) 이익 높이기


거래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남기려면 비싸게 팔던지 아니면 싸게 사야한다. 판매가를 결정하는 것은 영업의 특권이다. 구매예정가의 100%에 근접하는 가격에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 영업의 역량이다. 이를 위해 고객과 싸우고 설득하며 때로는 협박해야 한다. 

반면 우리를 포함한 많은 회사들이 영업에 비해 안살림을 챙기는 일에는 소홀히 한다. 매출을 10% 늘리는 것보다 매입비용을 10% 줄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영업에 기울이는 노력의 절반만으로도 이익을 높일 수 있다.



4. x프로젝트의 쓰나미


아무튼 x프로젝트는 억울한 사업이다. 이런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얼마어치 계산대에 올려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고객에게 비싸다는 답을 들었다. 현장의 실사 정보를 견적서에 명확히 주지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우리 앞에선 여러 회사가 있다. 고객정보를 책임지기로 한 L사, SI업체에 마도역할을 하며 발주대행을 하는 P사, 고객의 일괄창구인 S사. 책임을 돌리자면 끝도 없다. 사업을 놓친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신 짊어질 수 없다. 결론은 버킹검, 우리가 져야 할 짐이고, 책임이다.


x프로젝트의 실패는 N××을 믿고 우리를 앞단에 세웠던 T사와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어 놓았다. T사는 한참 잘나가고 있는 스위치공급업체이다. 앞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N××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관련 시장에서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T사의 제품은 x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릴 때부터 공급이 확정적이었지만, 결국 N××과 함께 낙마를 하고 말았다. 

다른 벤더에 밀려 공급권을 잃었고, 공사마저 다른 업체에게 빼앗긴 T사는 큰 충격에 빠졌다. 자연스럽게 N××에게도 책임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미 끝나버린 x프로젝트보다 T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신뢰는 반드시 누구를 속일 때만 금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방의 기대에 못 미쳤을 때도 신뢰는 여지없이 깨어졌다. 



5. 딛고 일어서기


퇴근 후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SI업체의 G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대전으로 내려가 실사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x프로젝트의 결과를 듣기 위해 구매담당자라던 G과장을 찾아간 건 이미 결론이 지어진 다음이었다. G과장은 구면이었다. 공교롭게 몇 년 전 K사의 백업센터 구축사업으로 우리와 악연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터무니없는 가격인하 요구를 용감하게 거절했던 일을 용케 기억하고 있었다.

x프로젝트의 후행사업이 조만간 시작될 모양이다. 예산을 잡기 위해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x프로젝트의 1/5도 되지 않은 규모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기회이다.

다음 날 KTX를 타고 대전에 내려갔다. 현장 입주업체와 사전 미팅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x프로젝트의 구축을 위해 땀을 흘리는 참여업체들의 모습이 보였다. 날짜가 촉박한 사업이라 밤낮없이 작업이 한참이었다. 남 잘되는 꼴에 마음이 상했는지 올라오는 내내 속이 불편했다.

x프로젝트의 실패는 보약이다. 물론 사업을 수주했다면 올 가을은 편안하고 따뜻하게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N××의 아킬레스건을 단련시킬 기회는 갖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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